[하나님 전상서]마침내.
하나님,오늘도 저는 달렸어요.
언제부터 뛰기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면 황토빛 가득하여 선명하고 반짝이는 것 하나없는 흑백사진같은 골목에서도 근심의 빛이라곤 찾을 수 없는 거뭏하고 통통한 볼살의 소녀가 둘레둘레 초롱대는 눈알을 굴리며 리듬감있게 폴짝대는 제모습이 보여요.
저는 지금도 산과 들을 뽀시락대는 소리에도 놀란듯이 달리는 건강한 노루같아요.
어제는 50분에 집을 나서며 휴대폰에서 마을버스가 도착할 시간을 검색하며 열심히 뛰었지요.
오늘은 저녁에 있을 부동산아줌마들의 모임, [진선미]모임이 F부동산에 있어 출근길에 김치와 깍뚜기를 가져다 놓고 가려다보니 또 뛰게되네요.
이렇게 숨을 헐떡대며 달린날이면 쉴틈없이 빽빽한 집안일.직장일.섬기의 일.일.일.일로 가득차 슬플것도 같은데 오히려 몸에 활기가 넘쳐요.
세포가 잠에서 깨어 에너지를 뿜어내는것 같아요.
뛸수 있는 튼튼한 두다리와 헐떡이는 숨을 감당할 수 있는 심장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일..일..일"을 주셔서 감사해요.
잘 아시지만 건강을 위해 매일 이렇게 헐떡이는 달리기를 하라면 할 제가 아니지요.ㅎㅎ
그런데요.하나님,
저의 아침출근길 어느 구간쯤은 그리 상쾌하지가 않아요.
도시의 출근길에서 시간대별로 만난 사람들.
그들을 보며 소득의 계층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분 일찍 출근을 했는데 지하철 공간은 넉넉하고 옷차림은 잠바보다 코드를 입고 힐을 신은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어요.
늘상 제가 출근을 하던 시간대에는 줄을 세우지 않아도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계단과 에스칼레이터 앞에는 군인같이 바른줄을 서거든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요.
표정있는 얼굴도 찾기가 참 어려워요.
어느날 상담일의 애환이 제것이 된것을 애써 감사하며 출근하던날 제 앞에 선 30-40대 남자분의 등에 매달린 배낭을 유심히 보았어요.
손잡이는 가죽이 벗겨져 실이 보이고 가방 가장자리 코너도 가죽이 벗겨진것이 보였어요.
'진짜 가죽이 아닌가보다.
3.4만원이면 살 수 있겠는데..
그런데도 아직 저사람의 등에 매달려있네.
검소한 사람일까?
혹 무리해 집을 사고 이자감당이 힘든가?
급여가 박한 직장인가?'
제가 출근하는 시간대에는 이런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늘 제 앞에 서있답니다.
30분 일찍 출근을 서두른 오늘.
계단을 오르며 제 앞의 사람을 유심히 바라볼 시간도 없이 이동이 빠르고 아직 제겐 이른 시간인데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소리내어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어요.
손에 들린것들도 제각각이예요.
휴대폰의 비율이 높긴하지만 가끔 종이책도 보여요.
좀 더 이른 시간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갈까요?
지하철을 빠져나오니 저의 오른편 큰건물 넓은 전면 에 보기좋은 노송의 사이사이를 아침햇살이 파고들어 찌를듯이 달려옵니다.
하나님..누군에게라도 눅눅하고 어두침침한 삶에 마침내가 있겠지요.
'젊어서는 매일밤 베갯잇을 적셨지만 근검절약하며 산 보람이 있어 마침내 경제적 자유를 얻었어요.'
'3개월 시한부라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관리하여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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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앞에 표정없이 묵묵히 걸어가는 저들의 삶, 소시민들의 삶에 마침내가 있게해주세요.
지하철의 침침한 전등불은 감히 따를 수 없는 찌를듯이 달려드는 햇살같은 마침내를...
저는 하나님을 만나 마침내를 제것이 되게하신 많은 순간을 기억합니다.
물론 모든 순간,모든부분이 마침내가 될수없음도 깨달았어요.
인생의 부분 부분 어둡고 눅눅함!
이것이 있어 하나님을 찾고찾으니 어둡고 눅눅한 이 순간도 감사할 수 밖에 없음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