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정보.혜택.일상

마른 변기에는 냄새가 없다.

부지런한까치 2024. 9. 29. 17:16
728x90

 

지하1층~ 지상4층의 상업용 빌딩을 개조한 교회 건물은 층층마다 화장실이 있습니다.

4개의 화장실 중 지층과 1층의 2개 화장실은 저와 함께 감비아 목장 식구들이 청소를 합니다.

주일을 제외하면 주 중에는 출입이 잦지 않은 교회 건물.

당연히 화장실 사용 횟수도 많지 않습니다.

주일 아침 청소를 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물기 마른 변기에는 얼룩도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습니다.

주일이라 양장바지도 입었고 블라우스에 하늘한 가디건으로 멋도 냈습니다.

'비질만 할까?'

하지만, 지층 화장실에는 하수구에서 올라온 날벌레들이 죽어있어 비질이든지 스프레이건으로 벌레를 쓸어내던지 뭐든 해야 겠습니다.

스프레이건과 비를 들고 물을 뿌리며 바닥을 쓸어내리는데 물이 우연찮게 변기에도 발사가 되니 지린내가 진동을 합니다.

물기가 말라 냄새가 나는줄 몰랐는데 물을 맞은 변기의 냄새는 지독했습니다.

갑자기 사람의 본성도 이것과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일, 불편한 일이 있기 전까지는 모르지요.

상대의 본성을.....

자양동의 개발로 가장 가까운 지역인 구의동의 집을 구하는 어르신들의 문의가 가끔 있습니다.

구의동 집값이 만만찮네 하면서도 자녀들이 아파트를 찾아 이사간 하남, 구리가 아니라 구의동에서 작은 빌라를 찾으십니다.

"친구들이 다 여기 살어."

집값도 오르지 않을것 같은 낡은 빌라를 매입하는 부모님의 행동이 자녀들로써는 답답해 보일지라도 건조한 변기 같은 낯선 동네, 낯선 사람을 또 겪으시길 강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함께 바람을 맞아본 묵은 친구,

어려운 시절을 함께 넘긴 배나온 남편, 매력없는 부인이 아직 곁에 있는 것이 알고 보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오늘 내 곁을 지키고 있는 묵은 친구, 묵은 남편(?^^)를 잘 섬겨보렵니다.


728x90
반응형